한국공익신문 한성영 기자 |
광주광역시 더불어민주당 시당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일부 선거구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남구 제2선거구, 서구 제3선거구, 북구 제3선거구, 광산구 제5선거구가 여성 경쟁 선거구로 발표되었고, 청년 경쟁 선거구는 이번에는 별도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는 정치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광주광역시는 이미 여성 시의원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여성과 청년을 제도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민의 선택권이다. 특정 선거구를 여성·청년 전략지역으로 지정하는 순간, 현역 의원이나 기존 출마 희망자들은 사실상 경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구 제3선거구의 이명노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청년 현역으로서 의정활동을 이어왔지만, 여성 전략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스스로 선거에 뛰어들 기회조차 잃었다는 반발을 표했다. 참여 확대라는 명분이 특정 인물 배제의 수단으로 비칠 때, 제도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략지역 지정은 분명 단기적으로 여성과 청년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거나 조직 기반이 약한 이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다. 하지만 역효과도 뚜렷하다. 전략지역 지정이 특정 인물 배제 수단으로 오해될 수 있고, 유권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며, 검증 절차가 약화될 경우 형식적 참여에 그칠 위험이 있다. 결국 전략지역 지정은 참여 확대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공정한 경쟁과 철저한 검증을 병행해야만 의미가 있다.
정치 참여 확대는 단순히 기회를 주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역 의원과 신인 후보 모두 동일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역은 의정 성과와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받아야 하고, 신인은 정책 역량과 지역 활동 경험을 검증받아야 한다. 만약 전략지역 지정이 현역 컷오프의 도구로만 작동한다면, 이는 정치 참여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 따라서 당은 전략지역 지정 이후에도 개방형 경선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다른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선을 열되, 여성·청년·장애인 후보에게 명시적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참여 문턱을 낮추면서도 경쟁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단 검증 트랙을 도입해 자격 검증, 정책 역량 평가, 성과 책임 연동으로 후보를 다층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선거 직전이 아니라 평소에 여성·청년 후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 아카데미, 멘토링, 지역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정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정치 참여 확대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략지역 지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은 목표를 선언하는 일이고, 공정한 경선은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광주광역시당의 이번 결정은 참여 확대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 경쟁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특정 의원의 불만이나 특정 선거구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가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경쟁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