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 박사
2025년 7월 17일 제헌절 밤 9시 5분, 경기도 광명시 A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사망 3명, 중상 9명, 경상 55명 등 총 67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하며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구보다 무겁다는 ‘생명’이 희생된 비극은 현행 주거 건축물의 안전성과 화재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해당 아파트는 지상 10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 단일 동 건축물이다. 화재는 1층 필로티(Piloti) 구조 주차장에서 시작되었고, 천장 전선이 녹아내리며 발생한 불꽃이 차량에 착화되어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확산되었다.
현장에서 ‘펑펑’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농연이 계단실을 통해 빠르게 상층으로 번졌고, 다수의 재실자가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건물 옥상으로 긴급 대피하여 구조되었다.
필로티 구조는 도시의 제한된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다세대주택 및 오피스텔에서 널리 채택되고 있다.
그러나 1층이 개방된 구조는 화재 발생 시 공기 유입이 용이해 ‘아궁이’처럼 연소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취약점을 가진다.
이번 화재에서는 불에 타기 쉬운 단열재인 ‘아이소핑크’가 사용되어 유독가스 확산이라는 추가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의무화된 ‘불연재 마감’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시공된 결과다.
A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2018년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6층 이상 공동주택에는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아파트는 법령 적용 이전에 준공되어 안전장치가 미비했다.
화재경보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증언은 기본적인 안전시스템조차 점검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2020년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등 반복되는 대형 화재들은 구조적 결함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필로티 구조는 건축법 제60조 및 제61조 제2항에 따라 일조권을 제외하고는 높이 제한 완화 적용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으로 활용 시 용적률 산정에서도 제외되어 경제적 유인이 크다. 2023년에는 일조권 사선 기준도 9m에서 10m로 완화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고층으로 갈수록 화재 대피 및 초기 진압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인명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건축비 절감이나 공간 효율성보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 필로티 구조 공동주택에 대한 층수 및 높이 제한 규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공동체의 생명권과 안전주권을 보장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의 안전은 설계의 옵션이 아닌, 건축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